Tuesday, March 20, 2007

흔들리는 방송시장 ‘외우내환’ 속앓이

방송계에 외우내환이 적지않다. 미국은 FTA 협상을 통해 방송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IPTV 등 방송통신 융합문제는 물론 12월 대선과 맞물려 일부에서 방송 공영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당면 과제들이 산적했다. 이같은 문제는 선후와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난마와 같이 얽혀 있는 형국이다. 장밋빛 미래를 위한 산고가 아니라, 자칫 방송 자체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거세지는 개방압력=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고위급 회담에서 방송 문제는 섬유·자동차 등에 밀려 중요 의제에 포함되지 못했다. 미국은 그간 협상을 통해 ▲CNN 등 외국 위성방송의 한국어 더빙 및 한국 광고 유치 허용 ▲지상파 국산 프로그램 편성 쿼터를 현행 80%에서 50%로 하향조정 ▲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업자(PP) 외국인 소유지분을 49%에서 51%로 상향조정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시장 전면 개방 등을 요구해왔다. 주무 기관인 방송위원회는 8차까지의 협상에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우리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방송에도 경쟁이 확산돼야 한다는 게 시대정신이며, 그를 통해 시청자들이 보다 질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경쟁원리를 어떻게 방송통신 분야에 확산시킬지가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 측의 주장이 경쟁논리로 고스란히 수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정부가 온라인 VOD 시장 개방 등 일부만 제외하고 대부분 미국의 요구를 수용키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IPTV 논리싸움 여전=방송위원회는 ‘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로 3분류를, 정보통신부는 ‘전송·정보’의 2분류를 주장하고 있다. 방송위는 2분류가 KT 등 네트워크 보유자에 의한 시장 봉쇄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방송위와 정통부는 IPTV 전국방송 허용에서도 이견을 보인다. 방송위는 케이블 사업자처럼 IPTV도 사업 권역을 지역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통부는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IPTV의 특성상 전국 단일사업권역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입장차는 양측의 관할 산업을 보호하려는 ‘밥그릇 싸움’이 본질이다. 국내의 케이블TV는 엄밀히 말해 지상파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스포츠 등 일부 채널을 제외하면 지상파 재전송이 ‘주력 사업’이다. IPTV가 도입되면 케이블TV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SO가 지역에 기반해 지상파를 재전송한다면 IPTV는 전국적으로 재전송이 가능하다. 방송위로서는 자체 콘텐츠 생산능력이 부족한 SO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3분류 체계와 사업권역 제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IPTV의 서비스 성격, 적용 법률, 인·허가 방식, 기간통신사업자의 자회사 분리 여부 등에 대해서는 22일 열리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다시 불붙은 공영성 논란=KBS는 최근 일제시대까지 포함해 ‘방송 80년’의 역사를 강조하면서 공영방송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주장하며 KBS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13일 KBS 수신료 거부운동을 선언했다. 이러한 정치적 공정성 문제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에서 인기를 구가한 아나운서들의 연예기획사행은, 돈에 휘둘리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방송아나운서협회는 김성주·강수정 아나운서 등의 ‘프리 선언’을 놓고 공영방송의 신뢰로 쌓은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규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방송 공영성 논란은 방송 개방, IPTV 등의 이슈와 맞물려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방송 개방으로 인한 문화 정체성을 비롯, IPTV의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가야 할 ‘방송의 힘’을 방송 스스로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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