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카·이가와 영입…내년 20명 뛸듯
관중·중계권료 급증 등 구단수익 ‘쏠쏠’
2005년 4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에 대한 분석기사를 내놨다. 당시 시애틀은 5년 동안 연평균 1억6300만달러(약 1514억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포브스>지는 시애틀의 성공이 일본에서 수입한 스즈키 이치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시애틀은 이치로 영입 첫 해(2001년) 입장관중수가 12% 증가하여 14개 아메리칸리그 구단들 중 경기당 평균관중 1위(4만3300명)를 차지했다. 1년전 시애틀의 평균 관중은 아메리칸리그 4위(3만5983명)였다.
‘이치로 효과’는 더 있었다. 텔레비전 중계권료가 폭등해 시애틀은 2000년 <폭스티브이>와 10년 2억5000만달러의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는 중계권 수익(엠엘비아이 인터넷 중계권료는 제외)이 그대로 구단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투어상품도 개발돼 시애틀 구장 앞에는 ‘수병(水兵)’(영어로 매리너)이라고 적혀진 티셔츠를 입은 일본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포브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애틀 상품판매 매출의 10%를 일본인이 책임진다고 한다.
구단 수익과는 별도로 이치로가 경기에서 잘 치고 잘 달려 구단 성적에까지 도움을 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시애틀은 이치로를 데려오기 위해 일본 소속팀이었던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1312만5000달러(당시 150억원)를 이적료로 지불했으나, 이 금액은 2001년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다른 수익원으로 전부 회수됐다.
시애틀의 성공에 고무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눈은 점차 일본으로 향했다. 뉴욕 양키스도 이미 200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 마쓰이 히데키를 데려오면서 관중동원 1위, 중계권료 폭등 효과를 경험했다. 올해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몸값으로 5111만1111달러(475억원)를 써내고, 뉴욕 양키스가 좌완 이가와 게이를 영입하기 위해 2600만194달러(242억원)를 한신 타이거스에 지불한 것도 이런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특히 입찰액으로 써낸 돈은 사치세 부과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부자구단은 ‘거품’ 논란에도 마음대로 일본선수 쇼핑에 나설 수 있다. 어차피 투자한 돈은 몇 년 안돼 고스란히 회수된다.
올해만 해도 지금까지 5명의 일본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해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일본인 선수는 20명으로 늘었다. 숙명의 라이벌 구단에서 선발맞대결을 펼치는 마쓰자카-이가와의 ‘투투’ 대결, 일본내에서 한번도 맞대결을 펼쳐본 적이 없는 마쓰자카-이치로의 ‘투타’ 대결 등은 야구를 민족혼으로 보는 일본 야구팬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인의 ‘관심’은 곧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수입’으로 직결될 것이다. 미국내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해외에서 찾은 또다른 돈주머니가 바로 ‘일본인 선수’다. 그들이 실력까지 겸비했으니 두말 하면 잔소리다.
일 수단의 ‘선수 팔기’ 돈은 되지만…
1995년 일본 프로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자유계약 권리가 없는 27살의 젊은 투수인 노모 히데오가 긴테쓰 버펄로스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덜컥 메이저리그 엘에이 다저스로 입단했기 때문이다. 1964년 스무살의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와 같은 파장을 불러왔다. 당시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임대 형식으로 나가있던 무라카미와 정식계약하려하자 무라카미를 반강제 귀국시킨 뒤 이후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봉쇄했다. 하지만 1995년은 시대가 달라져 있었다. 폐쇄주의는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실리를 택한 일본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가슴앓이가 계속되던 1997년 말, 기어이 사건은 터졌다. 일본 지바 롯데는 이라부 히데키를 메이저리그로 보내면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만 단독협상권을 줬고, 이는 이라부에 눈독들이던 다른 몇몇 구단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결국 일본 프로 구단과 메이저리그는 이듬해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일본 구단에 건네주는 이적료로 최고액을 써낸 메이저리그 구단에 독점교섭권을 주는, ‘포스팅 시스템’은 이렇게 탄생했다. 노모에서 시작된, 더 앞서서는 무라카미로부터 초래된 분쟁이 이라부로 인해 제도화한 셈이다.
1998년 제도확립 후 지금껏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일본 선수는 2000년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해 8명이다. 메이저리그가 이들을 위해 일본 구단에 쓴 돈은 1억704만6305달러(993억원)가 넘는다. 겉보기에 일본은 선수팔기로 남는 장사를 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진출로 하락된 국내 프로 야구인기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었다.김양희 기자
Friday, December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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