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뉴스인물 뒤 캐 사이버 ‘댓글 폭력’
포르노 찍은 영어강사·폭력 연루 연예인 등 신상 공개
» 영어강사 김씨 정보 댓글로 유출된 과정
회사원 이아무개(28)씨는 지난달 30일 ‘뉴스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계속 지켜봤다. 뉴스는 영어학원 강사 김아무개씨가 외국에서 포르노 배우로 활동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는 내용이었다. 3시간 남짓 공을 들여 이씨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씨는 곧 메신저로 ‘성과물’을 주위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호기심 생기는 뉴스가 있으면 댓글을 주목해 관련 정보를 쉽게 얻는다”며 “이번에도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는데 ‘역시나’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을 이용해 개인의 신상정보가 마구 유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관련 뉴스 댓글이나 실시간 검색어 등을 통해 즉각 노출되면서, 그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올해 초 부산에서 폭행사건에 연루된 유명 가수를 즉각 찾아낸 것도 댓글이었다. 뉴스가 나오자마자 누리꾼들은 그날 현지에서 열린 콘서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니셜 등을 대조해 가수가 누구인지 밝혀냈다. 댓글로 밝혀진 ‘사실’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실시간 검색어는 여기에 가속도를 붙인다. 최근 화제가 된 ‘사포녀’(까칠하다는 의미)의 경우, 한 여성이 다른 누리꾼과 주고받은 쪽지가 우연히 공개돼 ‘사포녀’라는 별명을 달고 유포됐다. 결국 인기검색어에 오른 ‘사포녀’는 개인 미니홈피에 사과문까지 올려야 했다.
포털사이트들은 이러한 사이버 폭력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네이버의 채선주 홍보실장은 “300명 이상의 인력을 동원해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는 뉴스에 대해 댓글 작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영어강사 김씨의 경우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이날 저녁쯤 댓글 게시판을 폐쇄했지만 이미 정보는 다 퍼진 뒤였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누리꾼들이 댓글을 올리는 속도가 지우는 속도보다 빨라, 다 막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김씨를 수사한 경찰은 “학원 소재지 등 관련 정보를 비틀어 언론에 전했는데도 개인정보가 알려져 당혹스럽다”고 했다. 김씨가 일하던 학원까지도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경찰은 1일 각 포털사이트와 동영상 사이트 19곳에 관련 글, 영상물 삭제를 요청했다.
김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신의 사진과 영상물이 알려지는 가혹한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
1일 오후 3시 현재 아직도 ‘캐나다 영어강사’는 네이버 인기검색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Friday, December 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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